삼탄역과 삼탄유원지
천지인의 지세, 산태극수태극의 천하 명당
삼탄역과 삼탄유원지
천지인의 지세가 아우러진 삼탄마을에 하루 여섯 번 충북선 열차가 선다.
삼탄역 앞에는 산태극수태극으로 굽어진느 삼탄유원지가 자리한다.
영화 〈박하사탕〉을 촬영한 물가에 앉으면 스크린 속 주인공들의 수줍은 첫사랑이 다시 펼쳐진다.

소개

천등산 자락에 기대 지등산, 인등산을 바라보다
충주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목행역, 동량역을 지나 천등산 자락을 향해 달려간다. 충북선 에서 가장 긴 인등터널(4.3km)을 빠져나와 주포천 환한 물길이 얼굴을 드러내면 열차는 서서히 속도를 늦추고 삼탄역에 선다. 광천소여울, 소나무여울, 따개비여울을 합쳐 삼탄(三灘)이라 불리는 오지 마을에 들어선 작은 역이다.
대전과 제천을 왕복하는 열차가 하루 여섯 번 삼탄역에 정차하지만, 타고 내리는 사람은 많지않다. 시멘트와 석탄을 실은 화물차가 수십 차례 오가며 깜빡 졸고 있는 산골 역사를 깨운다. 기타를 둘러멘 대학생들이 MT를 오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물놀이 오는 아이들을 플랫폼에 내려주던 시절은 먼 추억 속에 묻혔다. 철길 옆에 피어난 들꽃만 기차여행의 낭만을 찾아온 여행자에게 온몸으로 인사를 건넨다
철길 건너 삼탄마을로 올라서면 오래전 고향을 떠났다 돌아온 사람들과 삼탄 마을의 풍광이 좋아 새롭게 둥지를 튼 사람들이 터를 닦고 집을 수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키 작은 꽃을 심고 허물어진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며 제2의 고향을 만드는 손길이다. 긴 철도를 흔드는 기차 소리를 음악삼아, 삼탄 여울의 풍광을 마당 삼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다. 자동차는 더 갈 길이 없는 마을, 산자락 오솔길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다.
천등산 자락에 기대 지등산, 인등산을 바라보는 마을의 내력에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다. 조선 세조 때 황규라는 지관이 명당을 찾아 전국을 돌다가 삼탄에 머물게 되었다. 명당을 찾게 해달라는 산신제를 올리고 잠이 들었는데, 어디에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산신제를 올린 곳으로 신령과 동자 세 명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3대의 왕이 태어날 명당인 천지인의 자리를 찾아가라는 신령의 명에 따라 세 동자는 세 방향으로 흩어져 날아올랐다. 천산, 지산, 인산의 혈(穴)에 오른 것이다.


- 1기찻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삼탄마을
- 2삼탄마을에 새롭게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
다음 날 잠에서 깬 지관은 세 동자가 날아오른 자리를 찾아 지팡이를 꽂고 천등산, 지등산, 인등산이라 이름 붙였다. 안타깝게도 지관은 명당도를 그리던 중 세상을 떠나 천지인의 혈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영원한 비밀로 남았다. 그러나 삼탄마을 사람들은 천등산과 지등산, 인등산 어딘가에 명당의 혈이 있고, 3대의 왕이 태어날 것을 믿는다.
풍수나 명당을 몰라도 삼탄마을에서 느끼는 호흡은 그 결이 깊고 상쾌하다. 산자락을 돌아나가는 삼탄 여울이 바람 속에 청명함을 더한다. 고즈넉하게 자리한 삼탄역도 정겹고 고맙다.

산태극수태극의 명당을 만든 삼탄 여울에 머물다
천등산(807m), 부산(780m), 인등산(667m) 자락을 돌아 충주호로 나가는 물길이 삼탄에서는 유난히 급하게 휘며 명당이라 일컬어지는 산태극수태극의 형상을 그린다. 산자락과 물길이 태극의 형상을 이루는 지역이다. 삼탄유원지는 이 물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1959년 충북선 충주~봉양 간 철도가 개통되며 기차에서 내려 바로 닿을 수 있는 삼탄이 유원지로 변신한 것이다.
“어릴 때 마을 어르신들이 천등산, 지등산, 인등산 자락에 천하 명당이 숨어 있다고 하셨어요. 산태극수태극을 이루는 자리가 으뜸 명당이라고 하는데, 삼탄유원지에서 바로 여기가 그래요. 여기에서 캠핑하면 명당의 기운을 자연스럽게 받는 셈이지요.”
삼탄역 아래 천등산캠핑장을 운영하는 손순기 대표의 자랑이다.

삼탄유원지는 시대적 사건의 부침 속에 청춘을 빼앗긴 주인공이 자살을 결심하고 추억의 장소를 찾아오는 영화 [박하사탕]을 촬영한 곳이다. 기차가 지나가는 물가에 둘러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이들 가운데 주인공 영호(설경구)와 순임(문소리)이 있다. 수줍은 눈빛을 주고받던 두 사람이 자갈밭을 걸으며 첫사랑에 빠진다. 오랜 시간이 흘러 삼탄 여울을 취한 듯 걷던 영호가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며 영화는 끝난다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인공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삼탄유원지는 달라진 것이 없다. 영화가 개봉된 2000년과 비교해도 지금의 삼탄유원지는 스크린 속 풍광을 그대로 보여준다. 삼탄역 아래 자리한 천등산캠핑장을 가로질러 물가로 내려가면 스무 살 주인공들의 수수한 모습을 촬영한 돌밭이다. 삼탄 여울이 산태극수태극으로 휘돌아가는 바로 그 자리다. 요란스런 카페, 고기 냄새 풍기는 음식점 대신 고요함이 물가를 감싼다.
맘에 드는 호박돌 하나 의자 삼아 열차가 오가는 풍경을 바라보면 잊고 지내던 시절의 한 자락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부드러운 바람 속에 흥얼거리던 노래 한 소절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를 때, 삼탄유원지는 지금 모습 그대로 당신을 맞이하리라.


- 1삼탄 여울에 자리한 천등산캠핑장
- 2보트를 타는 아빠와 아이들



- 1삼탄마을에서 내려다본 삼탄역
- 2삼탄 여울에서 바라본 삼탄교와 기찻길
- 3인등터널을 빠져나온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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